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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과 의사가 시신 한 구를 부검하는 데에는 몇 시간이 걸릴 뿐이지만, 의과대학 학생이 시신 한 구를 해부하는 데에는 몇 달이 걸린다. 오늘 해부가 끝났다고 시신을 다 쓴 것이 아니다. 시신을 덮개로 덮었다가, 다음 실습 시간에 덮개를 열고 이어서 해부한다. 이것을 몇 달 동안 되풀이하는 까닭은 시신의 작은 구조도 꼼꼼하게 찾아서 확인하기 때문이다. 시신이 몇 달 동안 썩으면 안 되므로,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올 때 방부 처리를 한다. 방부 처리를 전문 용어로 ‘고정’(fixation)이라고 부른다. 살아 있을 때 모습으로 고정한다는 뜻이다. 시신에 주입하는 방부제를 고정액이라고 부른다. 고정액의 주된 성분은 포르말린이다. 포르말린은 살아 있는 사람한테 해롭기 때문에, 아주 묽게 만들어서 쓴다. 수백년 동안 이 고정액을 써 왔고 별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고정한 시신을 오래 만지는 해부학 선생(교수와 조교를 일컫는 말)부터 일찍 죽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어른끼리 만나면 서로 젊어 보인다고 말한다. 진짜 젊어 보여서 말할 때도 있고, 듣기 좋으라고 말할 때도 있다. 누가 나한테 젊어 보인다고 말하면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늘 고정액에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액 덕분에 내 몸이 썩지 않으며, 따라서 젊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웃으면 마지막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해부학 선생은 죽은 다음에도 썩지 않아서 반드시 화장해야 됩니다.” 시신을 고정하는 방법은 학교마다 다른데, 내가 속한 학교에서는 다음 방법을 쓴다. 먼저 넓적다리 앞에 있는 넙다리동맥을 드러낸다. 넙다리동맥은 살아 있을 때 맥박을 만질 수 있으며, 이것은 피부에서 가깝다는 뜻이다. 따라서 많이 해부하지 않아도 넙다리동맥을 드러낼 수 있다. 드러낸 넙다리동맥에 주삿바늘을 꽂은 다음에 고정액을 주입한다. 동맥과 정맥은 온몸에 퍼져 있으며, 모두 심장을 중심으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넙다리동맥으로 주입한 고정액은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때 넙다리정맥을 열어서 동맥과 정맥에 있던 혈액을 뺀다. 그 결과로 혈액이 있던 자리를 고정액이 차지하게 된다. 고정액이 온몸에 퍼지지 않을 때에는 시신의 일부가 썩는다. 해부학 실습실의 시신은 모두 기증받은 것이며, 이 소중한 시신을 제대로 해부하지 못하면 참 안타깝다. 잘 고정된 줄 알고 학생한테 해부를 시켰는데, 나중에 일부가 썩은 것을 발견할 때도 있다. 학생은 시신을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시신을 바꾸면 피부부터 다시 해부해야 되므로, 그 조의 학생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낸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바꾸자’는 의견도 내고, ‘대충 해부하고 다른 조 시신을 잘 살피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고정액이 온몸에 퍼지지 않는 첫째 까닭은 시신의 혈관 상태가 나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동맥경화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게으르게 운동하면 동맥경화가 생긴다. 동맥경화가 심해지면 동맥이 막히고, 마침내 터져서 출혈을 일으킨다. 이처럼 혈관 상태가 나쁘면, 살아 있을 때 혈액이 온몸에 퍼지지 않아서 문제이고, 돌아가신 다음에는 고정액이 온몸에 퍼지지 않아서 문제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기름진 음식을 조금 먹고 부지런히 운동해야 될 것이다. 둘째 까닭은 잘 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를 비롯한 의료 기사가 있듯이, 의과대학에는 해부학 기사가 있다. 시신 고정을 맡은 해부학 기사는 관련된 기술을 갖추려고 언제나 애쓰며, 시신이 들어올 때마다 긴장하고 정성껏 고정한다.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해부의 시작은 고정이며, 고정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과거 포르말린을 고정액으로 쓰기 전에는 알코올을 고정액으로 썼다.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 숙제로 벌레를 채집한 다음에 알코올을 주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알코올 중에서 에틸알코올(술)을 즐겨 마시는 해부학 선생이 꽤 많다. 그들은 술집에 모이면 ‘건배’ 대신에 ‘고정’이라고 외친다. 해부의 시작은 ‘고정’이고, 해부학 선생인 자신부터 ‘고정’해야 된다는 논리이다. 살신성인의 정신일까? 아니다, 술 마시고 싶어서 지껄이는, 말도 안 되는 핑계다. 해부학 선생은 포르말린 때문이 아니라 에틸알코올 때문에 일찍 죽기 쉽다. 해부의 시작은 고정이며, 고정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한겨레 201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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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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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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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새정부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낙마와 자진사퇴를 보면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성 대통령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이게 당선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진다. 남성 중심의 마키아벨리적인 권모술수와 음모의 정치가 사라지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부패 없는 정치가 자리 잡아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국민은 기대하는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여성 대통령의 출현은 역대 어떤 남성 대통령도 이룩하지 못했던 부패 없는 정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부패는 흔히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하여 금품을 받는 것 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부패근절은 이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부패의 범위는 단지 공공부문에서 일어나는 정치인이나 관료의 부패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사람들이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학위논문 대필시키기, 재벌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가 후려치기 및 기술 도용하기, 직장인들의 근무시간 주식투자, 식품업자의 불량제품 제조 및 판매, 예체능계의 입시부정, 시험 부정행위 등의 현상들도 넓은 의미에서 부패라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은 사람은 누구나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일, 즉 기능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였으며, 사람들이 각 자 맡은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때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된다고 설파하였다. 플라톤의 사상을 빌려 우리 정치를 분석하면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은 뇌물을 받지 않고 공직을 공정하게 이행하고, 일반 국민들은 자기 재능과 능력에 가장 알맞은 일을 성실히 할 때 우리나라가 정치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플라톤이 꿈꿨던 이상사회인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중심국가군에 포함되려면 넓은 의미의 부패없는 국가는 필수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회에 어느 정도의 부패는 허용되어야 하며 부패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공직자의 부패는 뇌물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민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는 넓은 의미의 부패로 확산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큰 부패는 작은 부패를 낳으며, 작은 부패가 사회전체에 퍼져 국민들은 부패를 부패로 여기지 않고 부패에 무감각하게 되며 부패가 일상화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남성보다 인맥, 학연, 지연에 약하다. 이 말은 여성은 남성보다 인맥, 학연, 지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여성 대통령은 여성의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들어 남성이 지배했던 한국정치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여야 한다. 그러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무감각하게 퍼져있는 넓은 의미의 부패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관습과 관례로 여기며 별다른 저항감 없이 널리 퍼져 있는 부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대통령 주변과 사회지도층이 부패하지 않으면 국민들도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게 된다. 지도층이 법과 원칙을 지키면 국민들도 법과 원칙을 지키며 땀 흘려 열심히 일한다. 각자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돌아온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국정목표로 선언하였다. 그러나 국정목표의 달성은 사회 전반에 걸친 부패가 없어질 때만 가능하다. 살기 좋은 세상에는 부패가 없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은 강한 의지를 갖고 여성이기에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패척결을 국정의 기본으로 삼아 국정목표를 추구하길 바란다. [한국일보 2013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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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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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배안나
- 작성일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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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이하 “법”)이 오는 4월 15일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전면적인 상법시행령(이하 “시행령”)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입법예고된 시행령안 중 회사의 회계 관련 조문에 대하여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재무제표의 범위”와 관련하여 시행령 제16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란 자본변동표 또는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또는 결손금 처리계산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주석(이익잉여금처분 또는 결손금처리의 내역 포함)을 말한다로 수정되어야 한다.1) 그 이유는 재무제표가 오늘날 회계학적으로 채권자, 주주 등 외부 이해관계자 (정보이용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필수정보로서 대/중소 회사 규모에 따라 달라서는 아니되고, 법에 규정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와 함께 총 5종이 완전한 패키지이기 때문이다. 왕왕 거론되는 현금흐름표의 작성능력문제는 기존 수년간 시행되어 온 사항으로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고, 또 주석은 회사가 채택한 회계정책의 설명과 우발부채, 약정사항 등에 대한 추가적 기술이므로 이로써 4종의 표만으로 이해곤란한 정보이용자의 이해를 더욱 쉽게 하는 것이다. 배당가능이익의 존재여부를 나타내는 이익잉여금의 변동내역도 주석에서 포괄할 수 있으며, 이것은 나아가 세계적 추세를 따라온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기업회계기준 등의 실정 법규상 재무제표 범위와 통일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상법상 회계원칙의 예시 조항인 시행령 제14조 중에서 제4호(그 밖에 법무부장관이 회계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지정하는 회계기준)의 삭제가 요구된다. 그 이유는 같은 호의 “지정”의 의미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단순한 선택이 아닌 “제정”이 포함될 경우 회계기준제정기관의 난립이 우려되는바, 회계보고서가 기업경영의 성적표라는 본질상 그 작성기준이 다원화될 이유가 없고, 중소기업의 간소화된 회계기준의 경우에도 이미 십여 년간 운영되어온 반관반민의 한국회계기준원(금융위원회 산하)이 전문성을 가지고 해온 기업회계기준과 일관되게 제정해야 기업실무에 혼선이 없을 것이다. 나아가 시행령 제15조에 의해 신설되는 회계자문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의문(제정기구인지 또는 유권해석기구인지?)이 제기되고 있음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적립할 자본준비금의 범위(시행령 제18조)와 관련하여 그 내용을 “제14조에서 정한 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잉여금을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하는 것을 말한다.”를 “제14조에서 정한 회계원칙에 따라 주식발행초과금, 감자차익을 계상하는 것으로 한다.”로 구체화 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회계기준상 자본잉여금에는 상법상 자본준비금(주식발행초과금, 감자차익) 외에 기타자본잉여금(예, 자기주식처분이익, 전환권대가, 신주인수권대가)이 있으므로 자본준비금과 동일하지 아니하며, 또 현행 안은 동어반복이 심하여 법령 조문안으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넷째, 미실현이익의 범위(시행령 제19조, 부칙 제2조)에 관한 것인데, 이는 법제462조의 배당가능이익 계산시 공제할 미실현이익의 범위에 관한 시행령 조항으로서 이해곤란한 부칙 제2조의 삭제가 요구된다. 그 이유는 법 제462조와 시행령 제19조는 “미실현이익이라 함은 자산 및 부채에 대한 평가로 인하여 증가한 대차대조표상의 순자산액을 말한다”고 하여 순자산접근법을 따르고 있으나,2) 부칙 제2조의 경과조치는 “미실현이익 중 당기순이익을 통하여 이익잉여금에 반영되어 있는 부분은 이 영 시행 이후부터 계상된 금액을 차감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당기순이익접근법으로 기술하고 있어 상충되며 이로 인해 종래처럼 실무적용상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 끝으로, 시행령 아닌 법 관련사항으로 향후 법 개정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상환주식(법 제344조제1항)을 발전된 회계이론과 기업회계기준에서 거래 실질에 입각하여 부채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상법은 이를 부인하고 주식의 외형에 집착해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어 기업실무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것은 자본충실의 원칙과 별개 문제로서 해당 기업에게 기업의 재무제표를 재작성한 후 주총 또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할 것인지 추후 유권해석 해야 할 중요사항이다. 또 상법 전반에 걸쳐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개정할 것이 요망된다. 이미 자본시장법,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법인세법 등 국내 타 법령에서는 회계이론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응하여 바꾸어 시행하고 있으므로 그대로 둘 경우 기업 실무에 혼란만 초래하고 시대에 뒤처진 용어로 상법의 존엄성만 손상될 것으로 우려된다. --------------------------------------------------------------------------------------------------- 1) 이는 주식회사뿐만 아니라 유한책임회사 관련 조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시행령 제5조). 2) 순자산접근법 적용시 자산과 부채의 공정가치평가에 의한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중 포괄손실과 포괄이익을 구분하는 문제와 이들을 미실현이익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차후 유권해석해야 할 사항이다. [한국경제 연구소 - 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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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 작성자배안나
- 작성일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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