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원자력의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력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전을 둘러싸고 안전사고,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이후 `가장 값싸고 안전하다`던 원전의 신화(神話)가 상당 부분 훼손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업계 내부의 도덕적 해이까지 불거지면서 원자력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전 불량부품 사태의 후폭풍은 심각하다. 비싼 대체발전비용, 부하조정지원금 등을 고려하면 약 5000억원의 직접비용 유발뿐 아니라 엄동설한에 온 국민을 더 춥게 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했다. 수명주기가 기준인 원전의 경제성은 현재도 크게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현존 기술체계에 근거한 원전 진흥은 거의 불가능한 과제다. 일본의 경우 사고비용을 모두 반영한 결과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전면 폐쇄를 단행했다. 독일과 스위스 등은 장기 원전 폐쇄를 결정했고 원전대국 프랑스마저 지금보다 3분의 1 정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원전건설을 매우 조심스럽게 재개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안전한 차세대 원전 욕구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울러 다른 선진국 대비 부실한 폐로, 영구처분과 미래사고비용 반영 수준을 높이라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상이한 평가기준을 갖고 찬반 주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련 당국이 정전 방지와 기존 투자의 합리화에 집착하는 가운데 원전 비판 논리는 더욱 확산돼 수명연장, 폐기물 영구처분 등 현안 과제들도 그 해결 방안이 미궁에 빠졌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로서는 `필요악` 수준에서 어느 정도 원전을 수용해야 한다는 국민정서도 이제는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원자력발전의 사회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특단의 대책 시행이 시급하다. 첫째, 독립적인 발전원가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원전경제성 논란을 끝내야 한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혁신 대상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수명주기원가, 단기경쟁비용 등 다양한 발전원별 경쟁력의 엄정 평가와 국민합의 도출이 요구된다. 둘째, 원자력 관련 정책결정에 사회경제적 요소 반영을 크게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당사자 위주 폐쇄적 의사결정구조를 바꿔야 한다. 셋째,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이명박 정부의 원전 비중 확대정책의 유효성을 재고해야 한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현재 수준의 원전비중 유지전략이 경제성이나 사회합의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셰일가스 양산 등으로 향후 저렴한 대체전원 확보가 가능하고 신규설비 준공으로 내년 말부터는 정전 걱정이 줄어들기 때문에 새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 넷째, 창조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차세대 원전개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약 100배 더 안전한 신형 원전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스마트` 원전은 용량 확대 등 경제성 제고가 필요하다. 이에 곧 완료될 미국형 차세대 원전 등을 우리가 제조하고 건설, 수출하는 `먹거리` 원전산업 창출을 위한 전략적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 UAE 원전 수출 모형의 발전된 모습이다. 이 경우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현안 과제 해결과 설비수출 위주 경제성장 연계전략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기술 개발 부문과 원전산업 간의 수직적 통합체제를 탈피해 창조경제 체제 내에서 상호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기술개발 부문은 장기 가치창조 차원에서 추진되지만 원전산업은 단기 국민복지 증진과 글로벌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원전기술개발이 수입기술 개량 차원을 벗어난 지금은 양자를 분리해 자원배분의 합리화를 적극 추구해 나갈 때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6.28.]
-
203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7-01
- 29546
- 동영상동영상
-
-
201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7-01
- 30369
- 동영상동영상
-
전날 밤 술을 많이 마시고 출근하면 술 냄새가 난다. 옆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미안하고 위축된다. 다행히 해부학 실습실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술 냄새가 실습실 본래의 냄새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나는 실습하는 학생한테 미안하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는다. 술기운으로 힘차게 가르친다. 음주운전이 아닌 음주교육을 하는 셈이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학교에서 음주교육을 단속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내가 갑자기 검문받아서 들키면 교육 정지 또는 교육 취소의 명령을 받을 텐데.’ 이처럼 해부학 선생의 죄를 ‘사면’해 주는 실습실 냄새는 무엇일까? 시신 냄새 더하기 고정액(방부제) 냄새이다. 나의 글솜씨로는 도저히 이 냄새를 표현할 수가 없다. 딱히 어느 냄새와 비슷하지도 않다. 그저 실습실 냄새라고 일컫겠다. 환기 시설을 잘 갖추어도 실습실 안팎에서 이 냄새가 난다. 의과대학의 남다른 공간이 해부학 실습실이듯, 의과대학의 남다른 냄새가 해부학 실습실 냄새다. 시신을 해부하는 선생과 학생은 이 냄새를 잘 견딘다. 처음에는 역겨워도 곧 익숙해진다. 문제는 의과대학에 다니면서 해부해 본 적이 없는 교직원이다. 실습실 앞을 지나다가 냄새를 맡으면 괴로워한다. 해부하는 사람보다 냄새를 덜 맡는데 왜 괴로워할까? 정보가 적기 때문이다. 밤에 낯선 길을 홀로 걸으면, 정보가 적은 탓에 귀신을 비롯한 온갖 상상을 하게 되고 따라서 무섭다. 마찬가지로 시신을 안 본 채 냄새를 맡으면, 정보가 적은 탓에 온갖 상상을 하게 되고 따라서 괴롭다. 나는 퇴직할 때까지 실습실 냄새를 피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좋은 것으로 여긴다. 밥 먹고 실습실에 들어갈 때에는 양치질하지 않아도 된다. 고맙게도 실습실 냄새에 가려져서 입 냄새가 나지 않는다. 실습실에서는 방귀를 뀌어도 아무도 모른다. 굳이 참을 필요가 없다. 눈치가 빠른 학생은 나처럼 실습실 냄새를 잘 써먹는다. 내가 조교일 때 해부학 실습실에서 학생들과 해부를 하고 있는데 한 잡상인이 들어왔다. 나와 학생들은 잡상인을 내보내지 않고 멀뚱히 쳐다봤다.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잡상인은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고, 실습실 안을 제대로 볼 만한 상태도 아니었다. 그러더니 나가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표정을 짓고 금방 나갔다. 잡상인, 빚쟁이, 좀도둑은 스스로 나가기 때문에 선생과 학생은 집중해서 실습하기가 좋다. 실습실에서 입는 흰 덧옷은 시신과 직접 닿기 때문에 냄새가 많이 배며, 아무리 빨아도 없어지지 않는다. 학생은 실습이 끝났을 때 흰 덧옷을 태워 버리거나, 대충 빨아서 후배한테 물려준다. 어떤 학생들은 어차피 다른 데서 쓸 수 없으니까 흰 덧옷에 각종 낙서를 한다. 해부학 용어를 적어서 외우는 학생도 있고, 인체 속 구조물을 그려서 표면해부학을 익히는 학생도 있다. 예를 들면 흰 덧옷의 소매에 팔 근육을 그리는 것이다. 물론 공부와 관계없이 가슴에 슈퍼맨 상징물을 그리는 학생도 있고, 등에 자기 전화번호와 함께 ‘애인 구함’을 적는 학생도 있다. 실습을 마친 다음 손을 깨끗하게 씻고 겉옷을 갈아입어도 몸에서 냄새가 난다. 버스, 지하철을 타면 다른 손님들이 나를 피한다. ‘저 사람한테 냄새가 나는데, 무슨 냄새일까? 처음 맡는 냄새인데, 기분 좋은 냄새는 아니다. 시궁창에서 일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굳이 가까이는 가지 말자.’ 덕분에 나는 대중교통을 호젓하게 이용한다. 집에 가서 목욕하고 속옷을 갈아입어도 냄새가 난다. 물론 가족은 어떤 냄새인지 아는데, 그렇다고 나를 멀리하지는 않는다. 어려운 일을 마치고 갔는데, 가족이 팽개치면 불쌍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해부한 것을, 즉 돈 벌려고 해부한 것을 가족은 잘 알고 있다. 돈 앞에서는 냄새도 별 힘을 쓰지 못한다. 해부학 실습실의 냄새와 그에 따라 생기는 일들은 하나의 문화이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한겨레 2013.6.28.]
-
199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7-01
- 29265
- 동영상동영상
-
-
197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7-01
- 30707
- 동영상동영상
-
-
195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06-27
- 30709
- 동영상동영상